2017 부산 VR 페스티벌 콘퍼런스 참관기

VR, 장미빛 전망과 회색의 현실 사이에서

VR(Virtual Reality)을 ‘가상현실’로 번역해 버리는 것은 마땅치 않다. 이번 부산VR페스티벌(BVRF)을 참관하며 머리속을 맴돌던 생각입니다. VR이란 용어가 지닌 기술적, 문화적, 산업적 의미가 그만큼 확장되고 있으며, 또한 유동적이라는 뜻이겠지요.

이번 BVRF는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습니다. 행사장인 BEXCO의 건물 크기도 그렇거니와 콘퍼런스의 프로그램과 참석자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더욱이 콘퍼런스를 관통하는 문제의식 또한 묵직했습니다.
(콘퍼런스 전체 일정은 링크 참조: http://www.bvrf.kr/02_sub/0201.asp?code=0051)

VR에 대한 막연한 장미빛 전망을 내놓는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로 VR 콘텐츠를 어떻게 제작하고, 그것을 산업의 영역에서 어떻게 유통시킬 것인가. 이런 구체적인 문제들이 거론되었습니다.

제가 참석한 둘째 날에는 VR 영화/영상/게임 등의 콘텐츠 제작에 관한 논의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주목할 만한 세션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VR의 360도 기술과 관중의 흥미 요소를 접목하라

▲ 김영철(한서대 교수) – 스토리가 있는 360 VR 콘텐츠 전략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VR 카메라로 촬영한 360도 영상은 잠깐 신기하지만 영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보는 사람의 시각과 관심, 미적 취향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연출 콘티에 배우의 동선, 사운드 효과 등을 미리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360도 영상이라는 기술적 관심 요소에 머물지 말고 스토리 자체로부터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VR이 아니면 살릴 수 없는 감동을 찾아내라

▲ 김철현(나사렛대 교수) – 실사 360 VR 콘텐츠 제작 동향

VR의 360도 영상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가장 인상적인 지적이었습니다. 일몰 장면을 찍은 VR 예시 화면에서는 지는 해의 감동과 리얼리티가 사라져 버렸더군요. 360도 영상이 지닌 기술적, 미학적인 딜레마가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VR은 어디에 있을까요? 진짜 현실보다 더 진짜처럼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Next VR’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VR이 아니면 살릴 수 없는 감동을 찾아내는 것이 VR 콘텐츠 제작자들이 집중해야 할 대목이라는 것이지요. 그 해답은 아직 묘연하지만 말입니다.

덧붙여, VR이 가지 않아야 할 길에 대한 언급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미디어가 저속한 문화와 만나면 돈은 될지 모르지만 미래지향적인 길은 될 수 없다는 요지입니다. 성인 영상물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요.

VR은 미인을 싫어한다?

▲ 조성호(매크로그래프 VR본부장) – 언리얼 엔진을 이용한 VR 인터랙티브 무비 제작

현 단계의 VR은 미인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VR 영상을 위한 모델링을 할 때 전형적인 미인보다는 특징적이며 개성적이고 못생긴 얼굴일수록 캐릭터화하기 쉽기 때문이랍니다. 기술의 발전 수준이 해당 장르의 미적 판단 기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통적인 미학 이론이 그르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VR의 완성도를 하드웨어에 의존하는 순간부터 망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스토리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도 하더군요. VR 무비 제작에 뛰어들려면 “용기가 있거나 돈이 있거나” 해야 한다. 물론 가장 큰 관건은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는 작가적 역량이겠지만 말입니다.

왜 VR이어야 하는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 질문을 던져라

▲ 콘퍼런스와 동시 개최된 VR 전시회에서는 관람 VR, 의료 VR, 건축 VR, 조선해양 VR, 게임 VR, AR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대한 VR 업계의 수요 예측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VR에 대한 그간의 지배적 전망이 장미빛으로 채워졌다면, 앞으로는 VR의 회색빛 현실을 타개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60도 영상이라는 잠깐의 신기함만으로는 기술적 기대 수준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소비자들을 마냥 사로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이 지점에서 전향적인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것! 이번의 부산VR페스티벌 콘퍼런스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합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VR 콘텐츠를 위하여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 대목에서 VR 기술을 적용한 매뉴얼이나 마케팅 머테리얼의 등장도 자연스레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의 멀티미디어 응용의 차원을 뛰어넘겠지요. 특히 리테일 마케팅의 경우에는 VR 기술을 적용했을 때 그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부러 체험 매장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앉은자리에서 VR 콘텐츠를 통해 제품을 사용해 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체험 매장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기존의 VR 콘텐츠가 게임이나 동영상 등 대부분 시간을 소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온 것에 비하면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이라고 하겠습니다. VR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로서의 위상을 획득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겠지요. VR 콘텐츠의 변화와 미래에 대응하려는 한샘EUG의 도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