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주년 창립 기념일, 우리들의 화담(和談) IN 화담숲

– 주식회사 한샘 이유지 27주년 창립기념일 행사 후기

27주년 창립 기념일, 우리들의 화담(和談) IN 화담숲

안녕하세요, 한샘 이유지 다국어 매뉴얼 제작팀 심혜원입니다.

어느덧 입사 7년 차, 6번의 창립 기념일 행사에 참석했습니다만, 출산 전후로 창립 기념일을 대하는 저의 자세는 무척 달라졌습니다. 출산 전에는 솔직히 나의 평일 저녁 약속을 방해하는 행사, 야근해야 하는데 퇴근 시간을 늦추는 행사라는 생각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출산 후에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아, 올 한해 회사도, 나도 잘 버텨냈구나’ 하고 셀프 토닥토닥을 하는 그런 행사로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창립 기념일 행사는 대부분 평일 저녁의 연회 같았는데, 27주년 창립기념일 행사는 조금 달라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집-유치원-회사-유치원-놀이터-집을 반복하는 저의 일상에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이랄까요. 금요일 오후도 아닌, 오전에! 사무실도 들르지 않고 바로 출발하는 화담 숲 산책 행사라니! 아이 봐줄 사람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어 더더욱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룰루랄라, 삼삼오오 모여 버스를 타고 도착한 화담 숲은 역시 공기도 좋고, 날씨도 화창하고 그야말로 퍼펙트! 하다고 생각하였으나… 뜻밖의 복병이 있었습니다. 바로 더위였지요. 쨍쨍한 햇빛에 다들 당황하고 서둘러 주섬주섬 가방에서 보호장비들을 꺼냈습니다. 전혀 태양을 피할 준비를 하지 않은 남자 동료에게 선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선글라스 및 모자를 챙기지 않은 여자 동료에게는 우산도 씌워주고 사이 좋게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낼 준비를 했습니다.

화담 숲은 아이를 가진 가족들에게도 유명한 관광지로, 꼭 걷지 않아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 곳입니다. 산책길이 있는 곳으로 올라갈 때는 리프트를 탈 수 있고, 걸어가는 길 중간 중간 모노레일을 탈 수 있어 편안하게 주변을 구경할 수 있지요. 저희의 경우 이 모노레일이 추후 분열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지만요.

자, 두근거리며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봅니다! 하늘도 파랗고,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스키 슬로프 구경도 하며 시원하게 올라가 봅니다!

올라가는 길은 무척 좋았으나, 슬슬 오늘 하루 고생할 예감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합니다. 6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않은 더위가 자꾸 견뎌볼 테면 견뎌봐라, 하는 것 같았죠! 아이스커피와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달래며 본격 산책(이라 읽고 등반이라 부른다)을 시작해 봅니다.

날은 더워도, 기분은 좋습니다. 이름 모를 꽃들에 감탄하고, 사랑을 맹세하는 자물쇠들이 잔뜩 걸린 다리도 지나갑니다. 결혼 6년 차 아줌마에게 자물쇠는 자전거 도난 방지 장치일 뿐인데요. 상술에 휘말리는 젊은 연인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오해는 말아주세요. 부러운 거 결코 아닙니다.

화담 숲은 사실 이름에 크나큰 오류가 있다는 생각이 올라갈수록 들었습니다. 분명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 바위와 냇물이 어우러지는 조경이 근사하긴 하나 이것은 결코 숲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 생겨났거든요. 햇빛을 가려줄 나무 그늘이 전무하기 때문이지요! 오죽하면 올라가는 길에 따로 진짜 숲을 마련하고, 그곳으로 가는 이정표를 만들어 두었을까 싶을 만큼입니다. 여기저기서 와, 좋다!라는 말과 함께 아이고 죽겠다,라는 탄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한 여름의 초록빛이 부담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요!

나무 바닥으로 쭉 이어진 길은 과연 유모차 부대에게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합니다. 세심한 배려는 “급한 계단길”, “완만한 산책길”이라는 이정표에서도 나타났고요. 곳곳의 포토 존들은 깨알 같은 재미를 주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청량합니다. 다만, 정말 아쉬운 것은 그늘이었지요. 짧은 그늘이 나타날 때마다 그늘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화담 숲인지라 우리는 모노레일의 유혹에 자꾸 시달리고는 하였습니다. 심지어 화장실에 에어컨이 나온다고 하여 일부러 화장실에 가기도 하고요. 더불어 자꾸 동료애가 생기지 뭡니까! 훈훈하게 휴대용 선풍기로 서로의 더위를 달래주다 행사가 끝난 후에 휴대용 선풍기를 공동 구매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너무 더운 날씨 탓에 다들 모노레일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어찌모노레일을 이용할 수 있겠습니까! 뜨거운 동료애로 같이 길을 떠난 동료들 중 한 명도 모노레일을 타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언제 우리와 같이 이 길을 또 걷겠냐며 말이죠. 덕분에 동료들은 점점 말수가 줄어가고, 주변 경관을 보기는커녕 발걸음을 재촉하기만 바쁘네요. 그래도 그 와중에 단체 사진도 찍고 전문가 아저씨의 피사체가 무엇인지 엿봅니다. 부탁받은 단체 사진도 친절히 찍어 드리지요. 평소에 수줍음 많은 동료들이라 우리끼리 사진을 찍고, 찍어줄 일이 없었는데요, 이 참에 실컷 우리들 모습을 담으며 다들 입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입을 모아 봅니다.

비록 가장 마지막 그룹으로 산책을 마무리하긴 했습니다만, 모노레일의 유혹을 뿌리치고 완주한 우리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 서로 인사하며 산책을 끝냈습니다. 역시 17여 개의 테마정원과 보유한 식물이 4,300종에 이른다는 화담 숲의 명성은 거짓이 아니었네요. 리프트 옆으로 내려오는 길에 졸졸 흐르던 시냇물 역시 반가웠지요. 산책길 끝 무렵이라 너무 지친 나머지 그 진가를 다 느껴볼 수 없었던 소나무 정원과 남생이 어항, 연인들의 포토 존인 장미정원이 아쉬웠습니다. 이름 모를 들꽃들과 6월이 제철이라는 수국들도 정말 아름다워서 다들 ‘우리가 나이가 들었나’, 라는 의문도 가져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꽃과 나무, 자연이 좋아진다는 건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 라는 세간의 말을 전제로 말이죠.

정다운 시간이었습니다. 화담(和談)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말입니다.

이어지는 점심 뷔페 타임에는 지친 몸을 추스르며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우리의 수고를 치하했습니다.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잔을 맞대는 그 기분, 저는 좀 짜릿했네요. 일 년 중 가족보다도 오랜 시간 얼굴을 맞대고 많은 일상을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언제나 그렇듯 낯간지러운 말은 전하지 못합니다만, 지금 부딪히는 술잔이 그 말을 대신해 주리라 믿어 봅니다.

나는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해 모두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압니다. 육아와 가사에 소질이 없는 저는 회사가 휴식처와 피난처가 되어주며, 나를 나답게 지켜주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아마 처녀 총각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겠지요. 한샘이유지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내가 가진 재주를 양껏 부려보고, 생각보다 쓸모 있음에, 또는 쓸모 없음에 으쓱해지기도, 좌절감을 느껴보기도 합니다. ‘돈을 버는 일’을 하며 느끼게 되는 자존감은 생각보다 크다라는 사실을 ‘돈을 벌지 않는 일’을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있을 창립기념일 행사에 회사도 나도 또 한해 잘해냈음을 기뻐할 수 있게 되길 바라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