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위한 매뉴얼을 생각하다

삼성 스마트 아카데미/갤럭시 스튜디오 체험 보고서

▶ 체험 목적:

① 사용자 대상 갤럭시 노트9 관련 프로그램 체험
② 매뉴얼 개선사항 및 아이디어 모색


▶ 체험 내용:

(1) 스마트 아카데미

목요일 오전, ‘전문가처럼 사진 촬영하기’라는 주제의 강의를 수강하러 삼성디지털프라자 권선점에 다녀왔습니다. 매장 안 어디에도 스마트 아카데미에 대한 안내가 없었기 때문에 직원 분들께 물어 3층으로 올라갔지만, 3층에도 강의하는 공간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3층에서 안내하시는 분께 다시 여쭤보았더니 그 분은 웃음기를 머금으시고 “들으실 거에요? 할아버지들밖에 안 계신데…”라고 말씀하시며 구석 테이블 쪽을 가리키셨습니다. 들으면 안 되는 건가 생각하면서 그 분이 알려주신 곳을 보니 실제로 7~80세 정도의 어르신들께서 둘러앉아 핸드폰을 만지시며 번호를 교환하고 계셨습니다.

알고 보니 안내해주신 분이 수업을 진행하실 강사님이셨습니다. 카메라로 촬영하는 방법은 저번 시간에 다루었고, 이번 시간에는 갤러리에서 사진을 편집하는 방법을 배울 차례라고 하셨습니다. 강사님이 강의를 시작하시며 “갤러리에 들어가보세요.”라고 말씀하시자 할아버님들께서 “네”라고 대답하시고 일제히 핸드폰을 보시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강사님은 갤러리 사진 화면의 사진 자르기, 각도 조절, 글씨 쓰기 등 아이콘들의 기능을 먼저 설명하신 후 하나씩 눌러보시면서 체험을 유도하셨습니다.

저는 익히 봐온 화면이기 때문에 내심 ‘다 아는 내용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설명을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매뉴얼에서는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는 옵션이나 지시선으로 처리되는 아이콘을 하나하나 눌러 사용 방법을 한층 더 자세하게 보여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매뉴얼을 만들면서 갤럭시는 기능이 너무 많아서 아이폰에 비해 다소 잡다하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포토샵이나 다른 사진 편집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갤러리에서 사진을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는 포토 에디터 기능을 심도 있게 접해보니, 오히려 제가 그 동안 갤럭시의 기능을 극히 일부만 알고 있으면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폰의 기능이 비교적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포토샵에서 이미지를 보정할 때 자주 사용하는 커브 기능을 갤럭시에서는 포토샵 어플을 설치할 필요 없이 갤러리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수강생의 연령대가 높아서인지 강사님이 사용하시는 용어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모두 옮겨 적지는 못하였지만 들으면서 좋다고 느껴지는 표현들이 많았습니다. ‘색상이나 밝기, 색감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사진을 찍고 나서도 기울기를 조절해 역동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느낌이 안 날 때 내가 원하는 톤으로 조절해서 심도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등등 말로 하는 설명이라 그런지 매뉴얼의 표현보다 더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할아버님들은 가끔 어려운 기능이 나오면 “별 걸 다 만들어서”, “이런 건 손주들이나 하는 거지” 같은 말씀을 하시거나 잘 안 된다며 투덜대기도 하셨지만 대체로 경청하셨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질문하시면서 열심히 따라 하셨습니다. 강사님 역시 할아버님들의 말씀에 귀기울이시면서 질문에는 바로 답변해드리고, 넘어가야 할 말은 넘어가시며 능수능란하게 강의를 이끌어가셨습니다. “이거 알아서 뭐하냐”, “갤럭시 노트9 사야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라는 다소 짓궂은 말에도 “이 기능을 익힘으로써 핸드폰을 사용하는 전반적인 감을 익힐 수 있다”, “최신 기종을 쓰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걸 활용하면서 오래 쓰는 게 더 중요하다”며 멋지게 대답해주셨습니다.

기능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이나, 어르신들의 눈높이에 맞게 강의를 진행하시던 강사님이나 열의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2) 갤럭시 스튜디오

금요일 오후에는 S펜 드로잉, 사진 찍기 등의 주제로 이루어진 갤럭시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 수원역으로 향했습니다. 갤럭시 스튜디오의 웹페이지에는 롯데몰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시간표가 게재되어 있었는데, 정작 롯데몰로 가보니 갤럭시 스튜디오 운영 기간이 지나 행사장 자체가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인터넷을 다시 검색해보니 다행히도 바로 옆 AK몰의 갤럭시 스튜디오가 아직 운영 중이라 AK몰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도착해보니 노트 9 체험존만 있었고 프로그램 체험 공간은 따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직원 분께 여쭤보니 시간표의 프로그램은 서울이나 일부 지점에서만 전문 강사를 초청해 진행한다고 하셨습니다.

시간표대로 체험할 수가 없는데 왜 붙어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행사장에도 시간표가 버젓이 붙어 있었기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체험을 하기 위해 왔으니 소비자의 입장에서 설명을 듣고 제품을 체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강사님께서 저희의 정체를 의심하시던 어제의 기억이 떠올라 직원 분께 먼저 방문 목적을 밝혔습니다. 그 분께서도 “그럴 줄 알았다, 이 시간에 세 명이 이렇게 오는 경우는 잘 없다.”라고 하셨지만, 일반 고객들에게 하는 것처럼 설명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저희의 요청에 신기능부터 설명을 시작하셨습니다.

먼저 “S펜 버튼을 길게 눌러보세요.”라는 말로 시작해 S펜 리모컨 기능부터 시그니처 컬러, 꺼진 화면 메모, 메모 고정, 라이브 메시지, 라이브 드로잉, 빅스비 주요 USP의 조작법을 차근차근히 설명하시며 체험을 유도하셨습니다. 저희는 그 분의 설명에 맞춰 제품을 직접 만져 보았습니다. 조작법 설명은 매뉴얼의 스텝 문장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기능을 소개하는 말들이 매뉴얼과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소 딱딱하고 객관적인 톤의 용어를 사용하는 매뉴얼에 비해 제품의 장점을 강조하는 영업성(?) 용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는 점은 물론이고, 고객이 알만한 쉬운 내용은 질문을 던지며 고객의 참여와 대화를 유도한다는 점, 구체적인 수치를 강조해 제품의 강점을 설명한다는 점, 특정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이 매뉴얼과 가장 달랐습니다. 특히 슈퍼 슬로우 모션의 재생 속도를 기존 슬로우 모션에 비교하여 구체적인 수치로 알려주셔서 이해하기 쉬웠고 두 기능의 차이점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처음 슈퍼 슬로우 모션 기능 소개글을 작성할 때 수치를 기재하지 못해 답답했던 기억이 있고(‘슬로우 모션보다 몇 배 더 느리다’라고 쓸 수 있다면 쓰기도 이해하기도 쉬울텐데..), 저 또한 정확한 수치는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이블에는 각각 다른 소품들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제가 앉은 테이블 위에는 캠핑 소품이 있었는데, 기능 설명을 마치고 고객들에게 “캠핑할 땐 어떤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진다고 하셨습니다. 실생활에 접목해 더 친숙하게 기능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씁쓸했던 건 노트9의 신기능에는 무엇이 있는지, 인텔리전트 카메라의 MMI는 무엇인지 등 기능 자체에 대한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떠올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동안 일을 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접할 때면 매뉴얼에 필요한 UI, MMI, 사용법 위주로만 보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일은 간과한 것이 아닐까 반성하였습니다.

S펜 리모컨으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고 배터리 용량도 커져서 놀러 갔을 때 좋다고 하셨습니다.

+ 직원 분의 설명이 끝나고, 서로 누가 더 잘 아나 경쟁하듯 이야기하다가 직원분께서 정말 거의 다 아시는 것 같아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질문하였습니다. 빅스비 화면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결제하는 화면을 보여주셨고, S펜 시그니처 컬러도 미드나잇 블랙 컬러의 경우에는 on/off 버튼이 있지만 따로 컬러가 없이 흰색밖에 쓸 수 없다고 알려주셨습니다.

(3) 느낀 점 및 매뉴얼 개선 의견

두 체험을 통해 매뉴얼이나 인터넷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표현들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고, 사무실 안에서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먼저 스마트 아카데미 강의를 들으러 찾아오신 할아버님들을 보면서 간단해 보이는 기능이라도 어렵게 느끼고 새롭게 배우려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사전지식이나 현재의 매뉴얼과 인터넷만으로도 스마트폰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어르신들은 좋은 모델을 가지고 있어도 쉬운 설명을 듣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저도 갤럭시의 기능을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상세 옵션으로 갈수록 새로운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처럼,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핸드폰에 있는 수많은 기능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용자의 연령대와 갤럭시의 기능이 다양해진 만큼 매뉴얼도 더 다양한 형태(① 쉬운 설명이 필요한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음성/영상 매뉴얼 ② UM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 아이콘, 옵션 하나 하나의 기능을 자세히 설명한 심화/앱 매뉴얼 ③ 실생활에서 특정한 상황 별로 필요한 기능을 활용하는 사례를 담은 매뉴얼 등)로 제작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제품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체험을 도와주신 직원 분께서는 자신이 갤럭시 모델의 히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고, 가장 설명을 잘 하는 직원이라며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저희에게 설명을 해주시는 도중에 어떤 고객이 갑자기 다가와 AR 이모지와 덱스 케이블에 대해 질문하였는데 “가끔 모르는 기능에 대해 질문하시는 고객은 없었나요?”라고 물어보았더니 모르는 기능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 분께는 매뉴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질문해 보았는데, 매뉴얼이 더 접근하기 쉽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며 ① 딱딱하게 느껴지는 ‘사용 설명서’라는 대신 ‘갤럭시 노트 9 기능 알아보기’와 같은 제목으로 바꾸기 ② 줄글로 설명되어 있는 스텝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표현하기 ③ HTML 토픽아이콘이 눈에 띄도록 더 볼드하게 처리하기 ④ 유튜브의 제품 사용 설명 영상을 일반 사용자가 아닌 삼성이 주도해 제작하기 등 사무실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좋은 의견들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일반 사용자들이 매뉴얼을 어렵게 생각한다는 점은 저 또한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의 의견처럼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매뉴얼을 더 접근하기 쉽게 개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 두 분을 보며 생동감을 느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사용법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저와 비슷한 일을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며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그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두 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가르치는 일과 재미있게 설명하는 일이라는 특기를 살려 멋지게 일하고 계시듯이, 저는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라는 수단을 이용해 그 일원으로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프로가 되려면(..!) 자신의 일과 제품에 대한 깊은 애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매뉴얼 제작에 필요한 내용만 보려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제품을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능을 더 깊이 이해하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작성자 박선화